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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해부터 불거진 북의 무력도발

새해가 밝아오면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광기 어린 발언이 멈출 줄 모르고 연일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난데없이 일본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최근 지진 피해를 본 일본 국민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깍듯하게 ‘각하’라는 호칭까지 쓰면서 위로 전문을 보낸 것이다. 마치 못된 버릇은 감추고 착한 이웃으로 보이려는 듯 말이다. 그동안 숱한 욕설과 궤변을 일삼던 것이 언제 새해 인사로 둔갑했는지 헷갈린다. 마치 말썽꾸러기 밉상의 심술쟁이 어린 동생이 개과천선이라도 한 듯하다.     김정은이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던 지난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는 북한군이 쏜 200발 가까운 포탄이 쏟아졌다. 그동안에도 그랬던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포를 쏘며 남한을 향해 무력도발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을 상대로 상반된 메시지를 보낸 것은 한일 공조의 틈을 벌리려는 술수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한국에는 초강경 자세, 일본에는 유화적 태도를 내비친 데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일 양국을 향한 북한의 대조적 행보는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고 김정은의 인도주의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김정은은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대응”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 등의 말을 쏟아내며 선제 핵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정은 집권 이래 최고 수위로 도발 협박을 한 것은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핵으로 때릴 수 있는 핵 무력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 여겨진다. 속담처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태도다.       ‘로켓맨’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하며 대남 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또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대남 핵 공격 가능성을 내비친 김정은에 대해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우리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도발할 경우에는, ‘즉·강·끝(도발 시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북은 한국을 핵 공격할 의지는 물론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과거 햇볕정책을 맹신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북한에 현금을 퍼주며 방조한 영향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북한 핵을 두고 ‘대미 협상용’ ‘민족의 핵’이란 궤변으로 두둔하고, 있지도 않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해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북에 핵 개발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북한·북핵을 규탄하거나 햇볕정책을 반성하는 친북 정치인의 말은 한마디도 없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른 채 여전히 ‘평화 타령’만 하고 있다.     이제 2018년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지상·해상의 적대행위 중지 구역(완충 구역)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앞서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육로에 지뢰를 다량 매설하고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재무장하는 등 합의문 조항 대부분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특히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 서해 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 내에 집중적으로 해안포를 퍼부었고 우리 군은 초강수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써 ‘9·19 합의’상의 지상·해상 남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제발 원컨데 2024년엔 ‘로켓맨’이 핵을 향한 사랑을 중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무력도발 새해 새해 인사 수위로 도발 공격 가능성

2024-01-14

[OC한인단체장 신년 인사] "갑진년 새해엔 용처럼 힘차게 비상합시다"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 밝았다. 청룡은 백호, 주작, 현무와 함께 각각 동서남북의 방위와, 봄, 가을, 여름, 겨울의 계절을 주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봄을 주관하는 청룡은 새로운 시작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2023년을 뒤로 한 오렌지카운티 한인단체장들은 이제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오렌지카운티의 여러 한인이 출마하는 각급 선거도 열려 OC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기회를 맞게 된다. 한인 단체장들의 새해 인사와 계획을 소개한다.      OC한인회 조봉남 회장 안녕하십니까. 갑진년 새해에는 한인 사회에 더욱 밝고 기쁜 일이 풍성하길 기대합니다.   지난해 한인회에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깊은 감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한인회의 모든 이사들은 더욱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또 영사관 출장소 유치와 아름다운 한국 정원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각별한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여러분 가정과 사업체에 활기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OC한미시니어센터 김가등 회장 1977년 창립된 시니어센터가 어느덧 50주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조회를 성공적으로 추스린 것은 모두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덕분입니다. 노인회란 명칭을 시니어센터로 바꾼 것도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소셜 서비스를 강화하고 통역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겠습니다. 교육 프로그램도 확충할 것입니다. 또 현재 700명 수준인 회원 수를 크게 늘리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OCSD평통 설증혁 회장 새해 힘차게 승천하는 청룡의 기운으로 소망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올해는 통일 골든벨 퀴즈대회를 통해 청소년에게, DMZ를 포함한 한국 방문을 통해 청년에게, 통일 강연 및 문화 활동, 스포츠를 통해 장년 및 전 세대에게 조국의 자유,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을 확산하겠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통일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OC한인상공회의소 짐 구 회장 갑진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OC한인상공회의소는 '여러분과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란 슬로건 아래 올 한 해 지역 상공인의 발전을 도모하고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아울러 OC정부 및 산하 도시들과 긴밀하게 협력, 한인 상공인들이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재미대한 OC체육회 최재석 회장  한 해의 모든 소망 중 으뜸은 우리 모두의 건강입니다.   OC체육회는 즐거움과 건강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과 모임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농구, 볼링, 배드민턴, 야구, 아이스하키, 족구, 축구, 탁구, 태권도, 테니스 등 10개 종목 가맹 단체도 속해 있습니다.   한인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도록 2년 임기 동안 성심껏 봉사하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     미 남서부 재향군인회 박굉정 회장 존경하는 향군 동지 여러분, 꿈과 희망이 가득한 새해를 맞아 소망하는 모든 일 성취하세요.   재향군인회는 1952년 창립 이후 국가 안보의 제2 보루로서 소명을 다해왔습니다. 2014년 분회에서 지회로 승격된 미 남서부 재향군인회는 이승해 초대 회장께서 13년 간 수고하셨고, 그 공로로 지난해 향군대휘장도 수상했습니다.   새해엔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해 안보 지킴이 역할을 잘 담당합시다.     OC한인축제재단 정철승 회장 한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제40회 아리랑축제가 열립니다. 40회를 맞이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멋지고 화려하면서 내실 있는 축제를 마련하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할 계획입니다.   아리랑축제는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행사입니다. 올해 축제가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한인 여러분의 아낌 없는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OC한미시민권자협회 써니 박 회장  시민권자협회는 오랜 기간 화합하고 봉사하며 한인 커뮤니티를 섬겼습니다.   지난해는 특히 C2C(Change to Community)란 중, 고교 학생 차세대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튀르키예 지진과 하와이 화재 이재민을 위한 기금 모금, 홈리스 사역 등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이런 차세대 리더들이 있기에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밝습니다. 새해엔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OC기독교교회협의회 박재만 회장 지난 2020년 코로나19 셧다운 이후 OC의 많은 한인교회 맥박 수가 떨어져 400여 개 중 43개가 사라졌습니다. 교회협의회는 2022년과 2023년, 매년 21개의 교회를 찾아 심폐 소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다시 뛴다고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면역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부흥이라 부릅니다. 새해 우리의 과제인 부흥을 위해 기도의 팔을 높이 올릴 것입니다.       OC장로협의회 배기호 회장 올해는 지역사회 봉사와 섬김의 사업을 더 강화하고자 합니다. 또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주며 지역사회의 필요에 부응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과 싫어하시는 일을 분별하여 삶의 방향을 조절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창립 10주년 기념 갈라 행사도 특별히 마련해 지난 성취와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며, 미래에 대한 열정을 고취하려 합니다.     OC기독교전도회연합회 신용 회장 갑진년 새해 여러분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삶이 때로는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가진 것에 자족할 줄 알며 꿈을 향해 나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를 선하게 인도하실 것입니다. 새해 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일 가운데 형통의 복이 넘치길 기원합니다.        OC한미지도자협의회 폴 최 회장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을 맞아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행복과 희망이 샘솟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입니다. 3월에 예비 선거, 11월에 본 선거가 열립니다. OC한미지도자협의회는 올 한 해,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해 더 많은 한인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도우며 한인 사회 정치력 신장에 힘쓰겠습니다.     라구나우즈 한인회 김일홍 회장  라구나우즈 한인회 회원 여러분,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 푸른 용띠 해를 맞아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올해는 90세 이상 어르신을 편안하게 잘 모시는 일, 치매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보살피는 일,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한인회를 운영하도록 하는 일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마지막 삶의 터전인 라구나우즈에서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믿음으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레저월드 한인회 스티브 정 회장 새해엔 우리 모두 더 행복하고 번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2000여 명의 소중한 이웃들로 이루어진 실비치 레저월드 한인회에선 우리의 다양성과 문화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변화와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합시다. 더 많은 교류, 참여, 배려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서로 도우며 지내는 신년을 기대합니다. 임상환 기자한인단체장 신년 오렌지카운티 한인단체장들 oc한인사회 정치력 새해 인사

2024-01-01

[우리말 바루기] 적절한 새해 인사 표현

다음 중 서술어가 바르게 쓰인 것은?   ㉠ 행복한 새해 되세요.   ㉡ 새해 만사형통하길 바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눌 때다.     ‘㉠ 행복한 새해 되세요’에서 ‘되세요’는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되다’는 주로 어떤 지위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처럼 쓰인다. 이때는 장래의 ‘나=의사’가 성립한다.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가 적절한 표현이다.   ㉡에서 ‘바래’는 ‘바라’가 맞는 표현이다. 생각대로 어떤 일이 이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의 기본형은 ‘바라다’이다. 어간 ‘바라-’에 종결어미 ‘-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되고 줄어서 ‘바라’가 된다. 기본형이 ‘바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빛이 바랬다”처럼 이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의 ‘받으십시요’는 괜찮을까?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 등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십시오’가 맞는 말이다. ‘받으십시오’로 바꿔야 한다.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에서 ‘보내세요’의 ‘-세요’는 명령·요청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시어요’의 준말로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적절 새해 새해 인사

2023-12-29

[하루를 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엔 새해 무렵이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새해 인사로 카톡이 북적인다. 우편으로 신년카드를 받던, 전화로 안부를 묻던, 평소 생각하고 있던 지인이나 친척, 연로하여 걱정되던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하게 된다.     복 많이 받으라 해서 꼭 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잘 되기를, 복 많이 받는 한 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하게 된다. 그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싫다 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우리 어릴 때 새해 명절은 음력 설을 쇠곤 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의 동태를 살피며 올해는 무슨 설빔을 준비하고 계신가? 또 설날 먹을 맛 난 음식을 그려보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설날 아침 부모님은 아침 일찍 우리를 새로 지은 설빔을 입혀서 고개 너머 마을 큰집으로 데리고 갔다. 큰집엔 이미 아버지의 여러 형제와 그들의 식구들이 다 모여서 시끌벅적하다. 아버지와 남자 어른들은 먼저 제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께 세배하고 동네를 돌며 연세 많으신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러 다니시곤 했다. 모두 흰 두루마기를 단정히 입으시고 설날 늦게까지 동네를 도시던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들의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내 기억에 조금 남아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들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새해를 맞아 연세 드신 어른들을 찾아뵙고 공경하는 것은 볼품없이 늙어 아무 힘이 없으나 노인들이 살아온 그 연륜을 높이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더러 음력설까지 챙겨 쇠는 집도 있겠으나 대개 1월 1일을 명절로 지키게 된다. 국가 공휴일로 거의 모든 학교나 직장이 다 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 관계로 가족과 친척들이 다 모여 새해를 맞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는 자녀들이 다 가까이 살기 때문에 때마다 모두 모일 수 있다. 새해엔 떡국을 끓여 먹으며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는 행사를 빠지지 않고 한다. 손주 놈들은 크리스마스에 이어 설날 세뱃돈을 주 수입으로 계산해 놓고 기다린다. 올해도 온 가족이 모여 풍성한 음식으로 밥을 먹고 손주 놈들은 쭈뼛쭈뼛 세뱃돈 받을 시간을 재는 눈치다. 딸네 아이들이 먼저 세배를 했다. 그 아이들은 이제 많이들 커서 일사불란하게 세배를 마쳤다. 해마다 똑같은 할아버지의 훈계인지 덕담인지 긴 설교 뒤에 세뱃돈을 나누어준다.   이제 아들네 두 형제의 세배 차례가 되었다. “시작!” 하는 내 구령에 맞춰 절을 하는데 아직 어린 작은 놈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멀뚱하니 서 있다. 혼자 절을 하고 일어난 큰놈이 아우에게 “Do it!”이라며 소리친다. 모두 한바탕 웃고 나서 어른들은 작은놈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또박또박 천천히 따라 할 수 있게 가르쳐준 후 다시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았다. 물론 1.5세인 내 자식들의 세배는 이미 학습되어 이젠 자연스럽다.   내가 한국말이 쉽지 않은 손주들에게 새해마다 세배를 하게 하는 것은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머릿속에 새해엔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하는 한국의 좋은 풍습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을 다독이느라 힘들었다. 올해는 검은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어 높은 산도 오를 수 있는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복 많이 받는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경애 / 수필가하루를 열며 새해 새해 인사 새해 명절 설날 세뱃돈

2023-01-13

[하루를 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엔 새해 무렵이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새해 인사로 카톡이 북적인다. 우편으로 신년카드를 받던, 전화로 안부를 묻던, 평소 생각하고 있던 지인이나 친척, 연로하여 걱정되던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하게 된다.     복 많이 받으라 해서 꼭 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잘 되기를, 복 많이 받는 한 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하게 된다. 그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싫다 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우리 어릴 때 새해 명절은 음력 설을 쇠곤 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의 동태를 살피며 올해는 무슨 설빔을 준비하고 계신가? 또한 설날 먹을 맛 난 음식을 그려보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설날 아침 부모님은 아침 일찍 우리를 새로 지은 설빔을 입혀서 고개 너머 마을 큰집으로 데리고 갔다. 큰집엔 이미 아버지의 여러 형제와 그들의 식구들이 다 모여서 시끌벅적하다. 아버지와 남자 어른들은 먼저 제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께 세배하고 동네를 돌며 연세 많으신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러 다니시곤 했다. 모두 흰 두루마기를 단정히 입으시고 설날 늦게까지 동네를 도시던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들의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내 기억에 조금 남아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들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새해를 맞아 연세 드신 어른들을 찾아뵙고 공경하는 것은 볼품없이 늙어 아무 힘이 없으나 노인들이 살아온 그 연륜을 높이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더러 음력설까지 챙겨 쇠는 집도 있겠으나 대개 1월 1일을 명절로 지키게 된다. 국가 공휴일로 거의 모든 학교나 직장이 다 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 관계로 가족과 친척들이 다 모여 새해를 맞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는 자녀들이 다 가까이 살기 때문에 때마다 모두 모일 수 있다. 새해엔 떡국을 끓여 먹으며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는 행사를 빠지지 않고 한다. 손주 놈들은 크리스마스에 이어 설날 세뱃돈을 주 수입으로 계산해 놓고 기다린다. 올해도 온 가족이 모여 풍성한 음식으로 밥을 먹고 손주 놈들은쭈뼛쭈뼛 세뱃돈 받을 시간을 재는 눈치다. 딸네 아이들이 먼저 세배를 했다. 그 아이들은 이제 많이들 커서 일사불란하게 세배를 마쳤다. 해마다 똑같은 할아버지의 훈계인지 덕담인지 긴 설교 뒤에 세뱃돈을 나누어준다.   이제 아들네 두 형제의 세배 차례가 되었다. “시작!” 하는 내 구령에 맞춰 절을 하는데 아직 어린 작은 놈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멀뚱하니 서 있다. 혼자 절을 하고 일어난 큰놈이 아우에게 “Do it!”이라며 소리친다. 모두 한바탕 웃고 나서 어른들은 작은놈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또박또박 천천히 따라 할 수 있게 가르쳐준 후 다시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았다. 물론 1.5세인 내 자식들의 세배는 이미 학습되어 이젠 자연스럽다.   내가 한국말이 쉽지 않은 손주들에게 새해마다 모두 불러 세배를 하게 하는 것은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머릿속에 새해엔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하는 한국의 좋은 풍습을 자손들에게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을 다독이느라 힘들었다. 올해는 검은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어 높은 산도 오를 수 있는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복 많이 받는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경애 / 수필가하루를 열며 새해 새해 인사 새해 명절 설날 세뱃돈

2023-01-12

[우리말 바루기] 적절한 새해 인사 표현

다음 중 서술어가 바르게 쓰인 것은?   ㉠ 행복한 새해 되세요.   ㉡ 새해 만사형통하길 바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눌 때다. 인사로 오갈 만한 문구 몇 개를 골라 봤다.   ‘㉠ 행복한 새해 되세요’에서 ‘되세요’는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되다’는 주로 어떤 지위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처럼 쓰인다. 이때는 장래의 ‘나=의사’가 성립한다. “행복한 새해 되세요”는 듣는 사람이 행복한 새해로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가 적절한 표현이다.   ㉡에서 ‘바래’는 ‘바라’가 맞는 표현이다. 생각대로 어떤 일이 이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의 기본형은 ‘바라다’이다. 어간 ‘바라-’에 종결어미 ‘-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되고 줄어서 ‘바라’가 된다. ‘타다’의 ‘타+아(타아)’가 ‘타’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 ‘받으십시요’는 괜찮을까? 정중한 명령이나 권유 등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십시오’가 맞는 말이다.     ㉣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에서 ’보내세요‘의 ’-세요‘는 명령·요청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시어요‘의 준말로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적절 새해 새해 인사

2023-01-08

[열린광장] 보 나 네 !

지구가 24시간 걸려서 스스로 한 바퀴 돌면 하루가 되는 데, 이 지구가 어림잡아 직경이 109 배나 큰 태양을 365일 돌아 처음 떠났던 곳으로 돌아와 다시 태양을 돌기 시작하면 이 때를 사람들은 ‘새해’ 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씬니엔 콰이러 (新年快樂)’,  일본은 ‘신넹 (新年) 오메데도’ 라며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처럼 새해 인사를 한다.  복 많이 받기를 바라는 것이 새해 인사인 셈이다. 새해와 복이란 낱말이 큰 희망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해란 낱말을 따져보면 꽤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연도를 의미하는 숫자가 하나 늘어났고 우리의 생명이 더 짧아진 것 밖에 없는 데도 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적으로 지구가 다시 태양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면 ‘2022번 째의 해’는 과거로 사라졌고, 미래에 묻혀 있던 ‘2023 번 째의 해가 현재 안으로 들어왔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육십갑자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토끼 띠인 까닭에 토끼처럼 조용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지만 벌써부터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묘년이 그 이름처럼 제 구실을 할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새해를 맞이할 때 새해와 행복이 잘 어울리는 낱말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행복은 새해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 로버트 잉거솔은 “행복한 때는 지금이고, 행복한 곳은 여기(The time to be happy is now, the place to be happy is here)”라고 말했다.      2023년이란 미래의 해가 이젠 현재의 해가 되었지만 한 해 지나면 2023년도 묵은 해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잉거솔의 말처럼 행복은 ’과거나 미래‘ 란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도의 네루 전 수상은  “세월이란 해가 지나감에 따라서 재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마침내 무엇을 이루었느냐에 따라서 재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사람들은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며 시간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를 한다. 프랑스에서는 새해를 ’Nouvel An(누벨 안)‘이라고 부르지만 새해에 만나면 ’Bonne annee(보나네, 좋은 해 또는 행복한 한 해가 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나는 이런 프랑스식 새해 인사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새해‘ 라고 즐거워 하지만 다시 맞는 해가 복된 새해가 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구약의 전도자가 말한 것처럼 하늘 아래에는 새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미 있었던 것이 다시 있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너무 새것만 찾고 새것에 모든 것을 거는 것보다 ’이제와 여기‘ 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일일 것이다.    전도서 1: 10 - 11 절의 구절을 적는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새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던 것,  우리보다 앞서 있던 것이다. 지나간 세대는 잊혀지고,  앞으로 올 세대도 그 다음 세대가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다.‘   “2023년을 맞이하시는 여러분, 보나네!”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새해 인사 프랑스식 새해 happy new

2023-01-01

[삶의 뜨락에서] 나를 다스리는 해

새해 들어 보름이 후딱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새해 인사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새해의 결의도 머릿속에 가득 안고 몇 가지를 골라보려고 애를 쓰던 중 덜컥 정월 초하루가 닥쳤습니다. 다행히도 떡국은 맛있게 끓여 먹었습니다. 마침 눈 다운 첫눈도 내려주어 나이를 잊은 채 반겼습니다. 이렇게 새해를 떡국과 반가운 하얀 눈 그리고 9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큰애와 엄마, 아빠 그리고 막내 부부와 눈이 쌓인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2021년 마지막 밤과 새해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와 설날이었습니다.   제 머리가 가득 희망으로 부풀었던 새해 아침! 이유 모를 어지럼증으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하얀 눈이 주범인지 제 머리가 문제였던지 아직도 원인을 모릅니다. 새해 맞아 글은 쓰고 싶었지만 허락지 않았습니다. 큰 병은 아닌 듯 자가진단으로 임시처방 약을 먹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애써 보았습니다. ‘누가 이기나?’ 싸움터에 섰습니다.     어차피 이 고약한 전염병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언제나 길이 열릴까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까? 하여간 이 세상 탓인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차츰 내 존재가 아주 작은 조무래기로 느껴지는 우울증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야릇한 이 어지럼증에 기를 쓰며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초라한 내 모습이 더욱더 슬펐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저 높고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메아리가 들려왔습니다. ‘네, 마음을 좋은 쪽으로 달래볼까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컴 앞에 앉았습니다. 어지럼증 이전, 저의 새해 첫날 플랜이 엄청 많았던가 봅니다. 아, 그 많은 생각이 저의 머리를 빙빙 돌려버렸던가요? 새해부터는 더 간단히 살려고 정돈과 청소에 힘썼습니다. 마침 구닥다리 부엌 뜯어고치기도 끝냈습니다. 배부른 흥정이라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새것이 좋기는 좋습니다. 그렇게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미움도 아니면서 그냥 사람을 싫어하는 고약한 내 가슴앓이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가슴이 절대로 편치 않았습니다. 그 아픔은 내가 진정 누구였던가를 진단하게 했습니다. 가슴앓이를 치료해 보겠다는 것 이제 1번 새해의 결의였습니다. 살아가며 제가 사람을 싫어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불평은 있었어도 미움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보다 느긋이 관대해졌다고 그동안 고마워했었는데! 아마도 제가 사는 이 땅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 어렸을 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엄마! 난 누구누구가 싫고 학교에 가기도 싫다”고 투정했습니다. 어리둥절! 나 자신도 어렸던 그때, 이 엄마가 무어라 구라를 쳐서 위로했었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요즘 엄마말이 언제나 꼭 맞는다고 이 엄마를 치켜줄 때면 아이들 앞에서 우쭐대기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기억을 더듬으며 조용히 양심에 묻곤 합니다. 이제 이 나이에 와서 제가 거꾸로 아이들한테 제 속끓이를 호소합니다. 아이들이 한 마디 두 마디 엄마를 이해하는 듯 위로의 말을 던져줍니다. 아이들에게서 지혜를 얻습니다. 아마도 이 엄마가 지금은 아이로 돌아가는 계단 앞에서 조심스레 스텝을 세며 내려가고 있는가 봅니다.     이런 제가 마음을 가다듬어 더욱 감사한 사랑의 마음을 다스려보겠다고, 하물며 새로운 삶도 구상해 보겠다는 새해의 결의 제2탄까지 여러분께 선언을 합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새해에 건강과 만복을 빌며…!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새해 종소리 새해 인사 마디 엄마

2022-01-26

[이 아침에] 사랑과 배려로 새날을 연다

처음으로 미국에 와 살며 연말이면 특이한 풍경을 보았다. 친척이나 친한 이웃에 초청을 받으면, 나는 음식이나 선물을 들고 갔다. 그때마다 느낀 것 중에 하나이다. 어떤 이웃은 한 벽면에 온통 수십 통의 카드를 가득히 장식해 놓은 것이다. 한참 들여다보면서 느낌이 참 좋았다. 가지가지 그림 속에서 개성이 느껴지는 카드의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우체국에 가면 조용히 그 긴 줄을 기다리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놀라웠다. 마치 이것저것 꾸러미 싸들고 부모와 형제를 찾아 인사가던 한국의 명절 분위기와 흡사했다. 형식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이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나도 카드를 쓰려고 동네 ‘홀마크’ 가게에 자주 들락거렸다. 또 아프터 세일이 있는 것을 알면서는 1년 전부터 여러 박스의 카드를 구입하기도 했다. 신이 나서 연말이면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으로 80여 통의 카드를 써 보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비용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인사가 아닌가.     이제 나이가 드니 손목과 손가락이 아파서 11월부터 쓰기 시작하여 하여 12월 중순까지는 완료한다. 보내는 즐거움도 좋지만 답장을 받아보는 느낌은 더욱 즐겁다.   카드 속에는 편지지 한 장에 타이프를 쳐서 쌓인 1년 소식을 보내오던 미국 친구들과 조카의 카드도 있었다. 진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싱거운 한 문장이나 그저 이름만 달랑 써서 보내오는 것과 가족사진 카드만 보내오는 것도 있다. 그처럼 개인의 마음이 가지각색으로 담겨 있었다.   그러니 나도 배려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담이 되지 않도록 어떤 분들에게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더니 훨씬 내 일이 점점 수월해졌다. 올해도 집안일에 쫓기어 사는 나는 카드 숫자를 줄여 미국의 지인들에게만 20여 통을 썼다. 덕분에 기뻐하시는 목소리를 전화로 들었다. 한편 해마다 받은 카드 중에 내용이 좋거나 그림이 특별한 것들은 책장에 세워두고 자주 쳐다보기도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필기체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문자만 칠 줄 알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대부분의 부모도 신문과 책을 전혀 보지 않고 건강에 해로운 전화기만 들여다보니 슬프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사람은 종종 얼굴 표정을 보면서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종이 편지도 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 따듯한 정이 흐르는 새해를 기원한다.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사랑 새날 가족사진 카드 카드 숫자 새해 인사

2022-01-13

코로나 때문에…새해 시작 ‘조용히’

  전 직원이 한 곳에 모여 새해 다짐을 외치던 시무식 행사는 이제 옛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해를 맞은 애틀랜타 한인 은행 및 주요 기업들은 시끌벅적한 시무식 대신 안전을 고려한 현장 시찰이나 온라인 행사 등으로 조용히 새해 첫 발을 내디뎠다.     메트로시티은행(행장 김화생)은 지난 3일 도라빌 본점에서 김화생 행장이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며 직원들과 새해 안부를 나누는 걸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김 행장은 "따로 시무식을 열지 않고 효율적으로 새해 인사를 전한다"면서 "올해는 본점에 있는 직원 100여 명에게 각각 새해 인사를 전하고 덕담을 나눴고, 각 지점의 경우 지점장을 통해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제일IC은행(행장 김동욱)도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시무식을 생략했다. 신동원 부행장은 "전 직원이 출근하고 있지만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려 되도록이면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걸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호프(행장 케빈 김)는 케빈 김 행장이 사내 시스템을 활용해 전 직원에게 동영상으로 신년사를 전달했다. 전재황 둘루스 지점장은 "전국 9개주에 지점이 있어서 늘 영상으로 신년사를 전달 받고 있다"면서 "지점에서도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스몰 미팅으로 새해 인사와 각오를 다지며 시무식을 대신했다"고 전했다.     둘루스에서 비즈니스를 운영 중인 조슈아 장 씨는 시무식 대신 떡을 맞춰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안 씨는 "새해 첫 근무일이라 같이 식사라도 할까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심각해서 떡을 나누며 새해 시작을 기념했다"면서 "신년 목표를 공유하고 직원 간 단합을 외쳤던 시무식 풍경이 코로나19 여파로 사라지고 대신 실속과 비대면이 새로운 시무식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회, 상의 등 애틀랜타 주요 한인 단체들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오는 8일 한인회관에서 개최하기로 한 합동 신년 하례식을 전격 취소했다. 총영사관과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등 정부 기관 및 관련 단체 역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공식적인 시무식이나 신년 행사를 취소했다.        배은나 기자코로나 새해 새해 시작 새해 인사 새해 안부

2022-01-03

[이 아침에] 한 해의 마지막에 전하는 ‘감사’

선생님. 안부조차 드리기 민망한 한 해였습니다. 세월의 끝자락 붙잡고 새해 인사 올립니다. 올해 올리는 마지막 글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올해는 성탄절 카드도 부치지 않았습니다. 암담한 것들 뿐이어서 백지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인사말 대신합니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으로 겪은 고통과 참담한 이별은 익숙하지 않는 상흔으로 남았습니다.   사는 게 여전히 무겁고 힘이 듭니다. 그래도 하얗게 웃는 이웃을 만나면 ‘해피 할러데이’라고 인사말을 건넵니다.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 껴안으며 다시 행복하고 싶어 ‘그리움’ 대신 ‘행복’이란 단어를 일기장에 적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될 때만 해도 좀 참고 견디면 끝이 나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운전에 젬병인 저는 터널 속을 달리면 반대편 오는 차에 부딪힐까봐 불안에 떨고 좁은 2차선 도로를 잘못 짚어 콘크리트 벽에 부딪힐까봐 손에 땀을 쥐며 운전을 합니다. 하지만 그 공포의 순간을 견디고 터널 속을 빠져 나오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인생은 어둠과 빛이 교차되는 여정인데도 계속 어둡기만 합니다.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을 너무 오래 헤맨 탓일까요. 희망은 빛바랜 마른 꽃잎처럼 부서져 가루로 흩날립니다.     가족과 부모, 자식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작별 인사도 못하고 생이별 했습니다. 직장과 집을 잃었고 사업체와 가게를 문 닫고 학교를 못간 아이들은 친구 없이 외톨이가 됐습니다. 교회도 못나가고 한국 사람 안 만나고 이웃과 대화도 없어 반벙어리가 됐습니다. 가뜩이나 못하는 영어는 단어가 줄고 한국말로 떠들던 수다도 맞장구쳐 줄 친구 없어 나홀로 외롭게 지냅니다.     ‘산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어머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두 살 때 홀로 되신 어머니는 고된 밭일로 몸살이 나면 하얀 수건으로 머리 싸매고 아스피린 두 알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아파도 끙끙대지 않으셨고 슬퍼도 울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목숨은 어머니 것이 아니라 두 생명의 목숨줄이었으니까요.     요즘은 사는 게 두렵습니다. 나이 탓인가요. 사는 것이 죽는 것만큼 두렵습니다. 성경 읽고 찬송가 부르고 설교 듣고 철학자의 깨달음을 갈구해도 구멍난 마음의 바닥에는 어둠이 깔립니다.     어릴 적 우리집 우물은 부엌 안에 있었습니다. 6.25전쟁으로 아버지는 새로 지은 본채에 하루도 못살고 피란 가고 그 집은 공산당 사무실로 쓰다가 중공군이 후퇴하며 집을 불살랐습니다. 아버지는 그 땅에 새집을 짓기 위해 불탄 집터 비워두고 임시 거처를 지은 탓에 우물이 부엌 속에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전쟁 후 뇌일혈로 쓰러져 새집을 영영 짓지 못했습니다.     죽기까지는 죽지 않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실낱 같은 희망만 있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기쁨은 용솟음칩니다. 희망은 깊은 샘물처럼 바닥을 뚫고 차오릅니다. 생의 바닥이 갈라져 맑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해도 ‘희망’이란 단어는 심장의 박동을 뛰게 합니다. 살아있다는 이 찬란한 축복! 슬픔은 뼈를 이지러뜨리고 절망은 살을 깎아내립니다. 아무도 행복을 앗아가지 못합니다. 스스로 행복의 끄나풀 놓을 때까지.     하찮은 일도 소중하게 붙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버리고 새 날을 기쁨으로 맞길 바랍니다. 절망과 싸우며 견디기 위해, 사랑한다 그리웠다 말해주세요.   이기희 / Q7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감사 어머니 목숨 새해 인사 우리집 우물

2021-12-3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한다 그리웠다 말해주세요

선생님. 그간 평강하세요. 안부 조차 드리기 민망한 한 해였습니다. 세월의 끝자락 붙잡고 새해 인사 올립니다. 올해 올리는 마지막 글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올해는 성탄절 카드도 부치지 않았습니다. 암담한 것들 뿐이여서 백지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인삿말 대신합니다. 지난 이년 동안 팬데믹으로 겪은 고통과 참담한 이별은 익숙하지 않는 상흔으로 남았습니다.   사는 게 여전히 무겁고 힘이 듭니다. 그래도 하얗게 웃는 이웃을 만나면 ‘해피 할러 데이즈’라고 인삿말 건넵니다.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 껴안으며 다시 행복하고 싶어 ‘그리움’ 대신 ‘행복’이란 단어를 일기장에 적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때만 해도 좀 참고 견디면 끝이 나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운전에 젬병인 저는 터널 속을 달리면 반대편 오는 차에 부딪힐까봐 불안에 떨고 좁은 이차선 도로를 잘못 짚어 콘크리트 벽에 부딪힐까봐 손에 땀을 쥐며 운전을 합니다. 하지만 그 공포의 순간을 견디고 터널 속을 빠져 나오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인생은 어둠과 빛이 교차되는 여정인대도 계속 어둡기만 합니다.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을 너무 오래 헤맨 탓일까요. 희망은 빛바랜 마른 꽃잎처럼 부서져 가루로 흩날립니다. 가족과 부모, 자식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작별인사도 못하고 생이별 했습니다. 직장과 집을 잃었고 사업체와 가게를 문닫고 학교를 못간 아이들은 친구 없이 외톨이가 됐습니다. 교회도 못나가고 한국사람 안 만나고 이웃과 대화도 없어 반벙어리가 됐습니다. 가뜩이나 못하는 영어는 단어가 줄고 한국말로 떠들던 수다도 맞장구 쳐 줄 친구 없어 나 홀로 외롭게 지냅니다.   ‘산사람은 어떻게던 살아야 한다’는 어머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두 살 때 홀로 되신 어머니는 고된 밭일로 몸살이 나면 하얀 수건으로 머리 싸매고 아스피린 두 알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아파도 끙끙대지 않으셨고 슬퍼도 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목숨은 어머니 것이 아니라 두 생명의 목숨줄이였으니까요.   요즘은 사는 게 두렵습니다. 나이 탓인가요. 사는 것이 죽는 것만큼 두렵습니다. 성경 읽고 찬송가 부르고 설교 듣고 철학자의 깨달음을 갈구해도 구멍 난 마음의 바닥에는 어둠이 깔립니다.     어릴 적 우리집 우물은 부엌 안에 있었습니다. 육이오 전쟁으로 아버지는 새로 지은 본채에 하루도 못살고 피난 가고 그 집은 공산당 사무실로 쓰다가 중공군이 후퇴하며 집을 불살랐습니다. 아버지는 그 땅에 새집을 짓기 위해 불탄 집터 비워두고 임시 거처를 지은 탓에 우물이 부엌 속에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전쟁 후 뇌일혈로 쓰러져 새집을 영영 짓지 못했습니다.   죽기까지는 죽지 않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실낱 같은 희망만 있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기쁨은 용솟음칩니다. 희망은 깊은 샘물처럼 바닥을 뚫고 차오릅니다. 생의 바닥이 갈라져 맑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해도 ‘희망’이란 단어는 심장의 박동을 뛰게 합니다. 살아있다는 이 찬란한 축복! 슬픔은 뼈를 이지러뜨리고 절망은 살을 깎아내립니다. 아무도 행복을 앗아가지 못합니다. 스스로 행복의 끄나풀 놓을 때까지. 하찮은 일도 소중하게 붙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버리고 새해 새 날을 기쁨으로 맞으시길 바랍니다. 절망과 싸우며 견디기 위해, 사랑한다 그리웠다 말해주세요.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 어머니 목숨 새해 인사 우리집 우물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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